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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아킬레스건 다친 이야기 4-검도인 VS 의료인
수술을 연기하고 심사를 본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다보니 의료인으로서 제살 깎아먹듯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정이 듭니다. 하지만 의료인이기 보다는 한 검도인의 입장에서 택한 선택이었으므로 이 또한 제가 감당할 부분이라 여깁니다.
도대체 왜 의학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수술까지 연기하고 심사를 치르는 무모한
도전을 선택했을까요??
검도인
< 2017년 국제사회인검도대회 출전 당시 - 일본 도토리현 요나고시 >
vs
의료인
< 2018년 제17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의무담당 수행 당시 >
회사원에게는 중대하게 여기는 진급이 있듯 검도인에게는 승단이 비슷한 의미를 지닙니다. 단을 통해 검도상의 지위를 나타내고 단을 기준으로 검도수준을 대략적으로 가늠하게 되므로 그만큼 대개의 검도인들은 승단을 중요시하고 연연해하며 수년을 걸쳐 준비해 갑니다. 승단심사를 볼 자격조건은 엄격하고 까다롭습니다. 규정 연한기간이 경과해야하고, 정해진 강습회참가 횟수도 채워야하며, 최근에 추가로 규정된 조선세법의 단을 미리 따놔야 합니다. 저 또한 예외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개인적인 사정과 승단준비를 등한시하는 바람에 6단승단심사에 필수조건인 조선세법 3단을 따놓치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로서는 당분간 승단심사는 미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보게 된 특별심사는 조선세법 단이 없어도 승단심사를 치를 수 있고 대신 심사때 조선세법과목을 추가로 심사봐서 통과하면 됩니다. 이번 심사를 놓치면 적어도 3,4년이 지나야만 승단심사를 볼 수 있게 되므로 제겐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셈입니다. 그 승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심사준비에 대한 과욕을 부리다보니 부주의가 앞서게 되었고 결국 3월30일 아침검도모임에서 대련 중에 그만 좌측 아킬레스건이 파열되고 만 것입니다.
많은 고민 끝에 저는 의료인의 관점보다는 평생검도의 숙제해결을 우선시 하려는
검도인의 관점을내세워 수술을 늦추고
5월6일 심사에 응시하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우리에겐 각자 지향하는 가치관이 있습니다. 때론 무모하리 만큼 위험을
무릅쓰고 그 가치관을 지키려 나아가기도 합니다.
검도인으로서 이번의 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스스로를 포장하며 위안 삼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