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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해? 말아??
수술해? 말아??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재직시 배웠던 이론이나 정형외과교과서 상에선 반드시 수술을 해야만 하는 수술적응대상의 케이스를 진료실에서 맞닥뜨릴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환자가 수술을 원치 않는 등의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해 비수술적으로 치료를 하게 될 때가 많은데 다행히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수술하지 않고도 완치가 되고 추후 결과에 만족합니다. 수술권유를 받은 환자분을 분별하여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를 해서 아직까지 문제가 된 경우는 개원12년차인 현재까지 거의 기억나지 않습니다. 물론 드물지만 수술 외엔 방법이 없겠구나 싶을 땐 주저 없이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켜 드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한편 수술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흐름은 이젠 일반인들도 모두들 인식하고 계십니다. 당시 인기 있던 많은 최신지견의 수술법들이 시간과 더불어 부작용과 미미한 치료효과로 인해 도태되거나 사장되어가는 것을 자주 접합니다. 특히 허리관련 디스크질환 수술들이 이에 가장 많이 해당됩니다.
외상이 커서 전이가 많이 된 골절로 인해 핀이나 금속고정 등 수술권유를 받은 환자분들이 수술을 원치 않거나 생활여건상 부득불 비수술적 치료를 원하실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도 정상위치로 뼈를 맞춰가는 도수정복 후 경과를 관찰해가면 웬만한 전이의 골절들은 기능적으로나 외형적으로 후유증 없이 유합되는 것을 흔히 봅니다.
관절이 오랫동안 아프고 부어 인공관절수술을 권유받으신 환자분들도 수술하지 않고 어느 정도 급성시기를 넘기다보면 많은 경우엔 언제 아팠냐는 듯 수년 동안 별 탈 없이 지내시는 것을 임상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한편 수술적 치료를 한 경우에 있어 흉터뿐만 아니라 골막이나 근육 등 조직손상으로 후유증이 지속되어 고생하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접합니다. 하지만 분명 수술을 해야만 하는 부득이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을 할지 말지의 선택에 있어서는 의사의 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상태파악과 환자에게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와 환자 간에 치료방향을 합의하고 설정해나갈 때 실수와 후회를 줄일 수 있고 보다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인간에겐 무궁무진한 자생능력, 즉 스스로의 치유능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불어 임상경험상 이론보다는 수술이 덜 필요하단 건 확실합니다.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최신 의학 기술이 진보되고 있는 것도 한 몫 합니다. 현재 의학교과서의 치료법으로 놓여있는 정석들이 현실에선 구닥다리로 여겨질 때가 간혹 있습니다. 아무튼 보다 스스로를 긍정하며 낫는다는 확신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통해 환자가 현명한 선택을 해나갈 때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 의사가 뒷받침을 잘해줄 때 환자는 행복한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의료 환경이 제대로 뒷받침이 안 되는 현실에선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의사는 호미로 막아도 되는 것을 금전 등의 이유로 처음부터 가래로 막으려는 그릇된 치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 개개인을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보고 질병이나 외상을 살살 달래가면서 치유의 길로 올바로 안내해주는 이정표의 역할만이라도 잘 해준다면 제 몫을 다하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저 또한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반성할 때도 많지만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진료, 특히 환자에게 해(害)가 가지 않는 진료를 위해 더욱 노력해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