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 재직 때나 교과서 상에서 수술을 해야만 했을 것 같던 수술적응대상의 케이스를 진료실에서 맞닥뜨릴 때가 많습니다. 이 경우 환자가 수술을 원치 않는 등의 부득이한 상황이나 제 임상경험상의 판단으로 비수술적으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다행히 대부분 수술하지 않고도 회복되거나 완치가 되어 결과에 만족하시는 것을 봅니다. 물론 드물지만 수술이 불가피할 경우 주저 없이 수술가능병원으로 전원을 시켜 드려서일지도 모릅니다.
한편 수술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흐름은 이젠 일반인들도 모두들 인식하고 계십니다. 당시 인기 있던 많은 최신지견의 수술법들이 시간과 더불어 부작용과 미미한 치료효과로 인해 도태되거나 사장되어가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특히 허리관련 디스크질환 수술들이 거기에 가장 많이 해당됩니다.
최근 '거대 디스크', 즉 돌출 정도가 심한 디스크 환자들이 수술을 하지 않고, 안정가료, 약물복용 등 보존적인 치료만으로도 통증은 물론 돌출된 디스크가 경과에 따라 크게 줄어드는 것을 MRI 비교 등의 여러 연구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염증으로 부어있는 돌출부위가 점차 가라앉고 우리 몸이 돌출된 디스크를 이물질로 간주하여 면역세포들이 분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서둘러 디스크수술하지 않는 당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외상이 커서 전이가 많이 된 골절로 인해 핀이나 금속고정 등 수술권유를 받은 환자분들이 수술을 원치 않는 등 부득불 비수술적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정상위치로 뼈를 맞춰주는 도수정복 후 경과를 관찰해가면 웬만한 전이의 골절들은 기능적으로나 외형적으로 별 탈 없이 결과가 좋을 때가 많습니다.
관절이 오랜기간 동안 아파서 인공관절수술을 권유받으셨던 환자분들도 관절주변 근력운동이나 생활습관개선,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통해서 추후 수년 동안 무탈하게 잘 지내시는 것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개개인마다 신체 치유능력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그 이상입니다. 때론 감탄할 지경입니다. 이렇듯 모든 치료는 의사의 역할보다는 환자 자신의 주체적인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저를 포함한 의사의 역할은 환자분들의 고통을 살살 잘 달래가며 치유가 잘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드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하튼 최근에는 통증치료수단의 항목 중 하나인 심리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긍정적일수록 치료효과가 높습니다. 최근 치료 경향에 있어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통증환자들은 심리요법이나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아픈 자신에게 있어 치료과정의 정답은 없어도 자신 안에 해답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디 아프다고 모든 걸 남에게만 내어 맡기거나 자포자기하지 마시고 스스로에게 치유의 확신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우선 나를 믿으십시오. 내 몸은 반드시 낫는다... 내가 나를 낫게 만들겠다는 그 믿음...